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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편은 담당자의 폭주로 분량도 이상하게 길어졌고 시점과 시각이 엉망진창이니 이 점 양해바랍니다.






부정확한 근미래의 어느 자정, 시가지의 어딘가

여기는 어디, 오늘은 몇월 몇일, 나는 누구?

아니다, 여기가 어딘지는 대충 알 것 같다. 번화한 도시의 중심 어딘가, 정확히는 언덕을 이룬 인도사이로 낸 터널을 드믄드믄 차들이 질주하고 있다. 차도의 양 사이드는 가파른 언덕에 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저 멀리 보이는 산이 인상적인 곳. 건너편 언덕에 교회 하나가 보인다. 이제 생각났다. 아마 여기가 ##역과 @@역 사이의 어딘가였는데…
그러나 정확한 시간개념은 서지 않는다. 시각은 딱 봐도 자정이 넘은 것 같지만 오늘이 며칠이었더라? 집으로 돌아가지 않은게 며칠 전 일인지 몇시간 전의 일인지 지금 상황에서는 그것조차 오락가락거린다. 아아 배가 고프다. 공복이 머릿속을 더 휘젓는 것 같다.
나는 누구인가. 이름정도는 알고 있지만 이제 그 이름은 더 이상 쓸 수 없다… 그럼 난 누구로 살아가야하나? 나는 이제부터 뭘 해야 좋은거지? 목적은 알고있다, 그러나 이 상황속에서 그걸 실행할 방법을 찾는 건 어렵다.


그 녀석은 아직도 오지않는다. 여기서 기다리라고 한 건 녀석이었지만 벌써 몇시간전에 헤어진 이후로 돌아오지 않았다. 혼자서는 곤란하다. 녀석이 온다면 분명 도움이 될거다. 아니, 지금의 나는 녀석이 필요하고 지금의 녀석도 나를 필요로 한다. 그래, 처음 뜻을 정했을 때부터 우리는 함께 행동했고 함께 지혜를 모았고 함께 앞으로의 일을 타파할 계획을 세웠다. 배신은 감정적으로나 이성적으로나 있을수가 없다. 지금의 나와 녀석, 아니 우리는 서로를 필요로 하는 존재니까…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다행이도 가는 가랑비이다.

밤은 춥고 빗줄기도 차갑다. 최대한 비를 피하려고 언덕에 있는 계닥에 앉아 몸을 웅크리고 머리를 두손으로 감쌌다.

녀석은 오지 않는가? 설마 올 수 없는건가? 아니면 이제 영원히 올 수 없는건가?

부탁이야, 제발 살아서 돌아와줘… 네가 없다면 난 끝장이야… 외로워…

만약 오지 않는다면… 난 어떻해야 하는걸까… 이것은 천벌인걸까? 그래, 어쩌면 내가 저지른 죄악에 대한 심판인걸지도 몰라 아하하하… 그치만 녀석은 내가 잘못된 길에 서 있다는 걸 알랴주었고 그 길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주었다고! 나의 죄악땜에 아무 상관없는 녀석이 심판받을리가 없잖아!! 그래, 그럴리가 없어 그럴리가 없어 그럴리가 없…



“뭘 그렇게 중얼거리고 있냐?”

문득,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벌떡 들자 눈 앞에 녀석이 서 있었다. 심하네, 전신이 다 젖어버렸다. 몸이 중심을 못 잡고 흔들거리고 있었지만 그래도 초점을 잃은듯한 멍한 눈동자로 녀석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미안… 지하철을 놓쳐서 그만 늦어버렸어…”
“야, 너 괜찮아? 몸이 다 젖었잖아? 이러다간 감기에 걸리겠어!” 놀라면서 녀석을 다그쳤다. 푹 젖은체로 여기까지 온건가? 게다가 어째서인지 교복셔츠 한장만 입고있다.
“…말릴 수가 없었어… 감기는 어쩔 수 없을지도… 그러고보니 오늘은 잘 곳이 있을려나?”
“…”
정말이다. 그러고보니 오늘은 어디서 자야하는거지?
“역시 오늘도 지하철인가? 그치만 지하철내에서도 노숙자들의 영역이 있으니까 계속 함부로 침범하는 건 위험해…”
“…노숙하는 것 참 한번 힘드네… 그럼 절이라도 가야하나?”
“모르겠어… 정말로 절에 가서 중이라도 될까? 후후…”
“그런 기분나쁜 농담은 그만둬. 아무튼 일단 어디라도 가자. 어디 빈 건물 계단에 쪼그려서 자는거면 불편해도 춥지는 않을거야.”
“그럴까…”
“아 그러고보니 너 표정이 왜 그래? 일이 꼬인거야?”
“…”
녀석이 말이 없다. 정말로 몸이 안 좋은 것 같다. 이제는 걸음까지 비틀거린다.
“…잃어버렸어…” 한참후에 녀석이 입을 땠다.
“잃어버려? 뭐를?”
“헤파이스토스의 복사폰… 도망치다가 모르고 흘려버렸어…”(주1)
“……”
“그래도 이리스의 것은 잃어버리지 않아서 다행이야, 흠뻑 젖어버렸지만…”
“어 그 폰, 혹시 애X콜이면 말려도 정상작동할텐데…”
“그치만 드라이기가 없잖아…”
“에, 그건 화장실 손말리는 드라이어로는 무리일려나?”
“글쎄… 그리고 이거 자세히 보니까 애X콜이 아니네. 아 망했다…”



바람이 퀭하니 부는 새벽의 거리를 둘이서 걸어갔다. 일단 저쪽으로 가면 큰 회사들이 있으니까 어딘가 노숙할 곳이 있을것이다. 이런 생활을 대체 얼마나 더 해야하는걸까? 돈은 집을 나설때 통장에서 모조리 빼왔지만 이걸로 버틸수 있을지도 만무하다.

“그래도…” 내 불평을 다 들은 녀석이 대꾸했다.
“그래도 여기는 판외세계야.(주2) 녀석들과 E.A의 싸움에서 벗어난 세계, 아니 E.A 테러라고 하는 체스판밖에서 그것을 관람하고 게임의 상황을 예측, 논쟁하는 마녀들의 세계. 녀석들은 체스판위의 검은 장기말들. 판외의 세계에 간섭하는 건 조금은 힘들지도?”
“혹시 모르지. 녀석들이 경찰이나 다른 세력을 매수했을 가능성도 있으니까… 그리고 판외세계의 플레이어랬나? 아무튼 판외에 한 플레이어가 있다면 상대 플레이어도 존재하는 법.”
“상대방은 분명 존재하겠지. 어쩌면 그녀 자신이 판내와 판외를 오가는 걸지도?”
“…그럼 판외라고 해서 안전한 것도 아니군, 오히려 더 위험할지도…”
“어차피 어느쪽이나 위험한건 마찬가지. 그래도 체스판위에 서 있는 것보다는 그 위를 날아서 전체 상황을 관측하는 것이 더 유리해.”
“아무튼 이제 겨우 서막…이라는 건가? E.A라는 미궁(라비린스)이 이제부터 피와 화염으로 물들어가는거겠지. 녀석들이나 그자들이나 슬슬 움직이고 있다.”
“그건 그렇고… 내가 부탁한 건 어떻게 되었어?”
“엘렉트라에게의 전언말야? 진작에 비밀루트를 통해서 전해줬어. 이제부터는 니가 건네준 해킹아이디로 전하면 되는거랬지?”
“고마워. 이제부터는 엘렉트라에게 많은 걸 맡겨야할거야.”
“그나저나 엘렉트라를 이사장과 만나게해도 괜찮은거야? 아무리 이사장이 녀석들의 적이지만 그래도 우리의 존재를 이사장에게 알리는건 위험하…”
“그래도 그에게 우리의 존재를 알리고 동맹을 맺어야 녀석들을 더 쉽게 제거할 수 있잖아?”
“…하긴 그렇구나… 근데 엘렉트라에게 보낸 그거, 당장 써먹을 건 아지만 그걸로 D를 찾을 수 있을까? 만일 실패 한다면 우리만 더 곤란해지는데?”
“일종의 도박이다. 나도 자신은 없지만 믿고 룰렛을 굴릴 뿐.”
“믿고 굴린다…라… 어 그러고보니 그 애는 어떻해 했어?” 문득 생각이 나서 물어보았다.
“그 아이?” 녀석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 무슨 일이 있었나?
“그 아이는 데리고 올 수가 앖었어… 말려들게 하고 싶지않아…”
“…그런건가…”
“그러니까 그저 믿고 기다릴 수 밖에 없는거야.” 녀석이 슬픈 표정을 지었다.



***



다시 현재로 돌아가서 E.A 수위실, 수위 권구영의 시점


“지옥에 에 온 걸 환영한다, 헤라클레스.”

학생회장은 이제 움직이지 않는다. 그저 가만히 의자에 앉아있을뿐이지. 크하하하하하 기분 좋~다! 역시 회장은 말만 전교일등이지 이런 간단한 최면에도 속아 넘어갈 만큼 얼빵하고 둔빵하다니까! 아아 이걸로 헤라가 시킨 일은 대충 끝난건가… 근데 고작 이거 하나뿐이라고 생각하면 좀 섭한데… 에이 설마 그럴리가. 아무튼 폭발은 이미 한 것 같으니까 한 몇십분 정도만 계속 앉히면 되는거겠지? 폭발때까지만 잡아두라고 했으니까 그 다음에 어떻게 되는 상관없어.

아아 저건 궁도부 부장 아니신가? 역시 학생회실이 불타는 걸 보니까 엄청 당황한 것 같군~ 뭐 그래봤자 여기를 눈치챌 리가 없겠지. 거봐~ 당장 교내로 뛰어들잖아? 아하하하하하하 이봐 회장은 여기 있다고! 지금쯤 학생회실은 불바다가 되어서 남아있던 임원들이 토막시체가 되어서 오늘 아침에 먹은 베이컨 마냥 익고 있을려나? 그 광경을 보면서 애들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면서 울부짖을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니 너무 재미있군~ 다들 회장도 시체가 된 줄 알고 기겁했겠지? 아하하하하하하하~


퍼엉!!!!!!!!!!!


어, 응? 방금전의 그거… 펑?!?!


아 잠깐만 이게 어떻게 된거야? 분명 학생회실은 터졌을텐데 또 터져? 아니지, 폭탄이 한번 터진후에 몇분후에 또 터지는 그런 걸리가 없잖아? 폭탄은 한번만 터져도 충분하다고!! 잠깐만 그럼 설마……?
어 이게 뭐야? 건물이 하나 더 불타고 있잖아?!?! 위치로 봐서는 부서 컨테이너들 중 하나인가? 근데 헤라가 이번에 폭탄을 두군데 설치한다는 소리는 전혀 없었는데 이건 또 뭔 병…



“그러니까 당신이 천문계에서 추방된 행성의 수호신을 맡을 정도의 아웃사이더라는거지, 안그래?”

엥? 잠깐! 분명 아까까지는 근방에 아무도 없었는데 너는 누구?

퐉! 주르르르르르르륵…

이, 이게 뭐야? 이자식!!! 설마 나에게 콜라를 캔째로 뿌린건가!?!? 얌마 넌 대체 뭐하는 애야? 아 근데 저 안경잡이, 몇학년 몇반의 누구지? 어째서인지 기억이 안 난다?

“야 이 자식 넌 대체 누구길레 갑자기 남의 온 몸에 콜라를 뿌리고 난리야?!?! 죽고 싶어?!?!”
안되겠어 이 자식!! 어디의 누군지는 몰라도 한 대 맞고 싶어서 작정한 모양이지?!?! 그렇게 생각하고 나는 녀석을 향해 주먹을 확 날렸…


허, 헉! 저건 스턴건!!! 안돼!!!!

퍽! 푹!! 지지지지지지지지직!!! 크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억!!!! 털썩…!



***



학생회실이 불타는 걸 보자마자 선우는 즉각 교내로 뛰어들어갔다. 다들 폭발소리를 들었는지 교내는 폭발소리에 놀라 도망가는 사람들과 어디가 폭발했는지 보려고 몰려드는 사람들로 혼잡했다. 빨리 폭발현장으로 가지 않으면!이라는 생각으로 선우가 학생회실이 있는 방향으로 달려가려다가 그만 누군가하고 부딪쳐버렸다.

“윽, 미안해! 네 키가 작아서 못 봤어!” 전에도 몇번이나 누군가에게 써먹었던 듯한 멘트인데…라고 선우는 말하면서 생각했다. 분명 이 다음에는 그 녀석, 학생회장이 툴툴대면서 화내야 하는데… 이제는 두번다시 그럴 일이 없는 건 아니겠지?


“구, 궁도부 부장…”
“어, 어라? 넌… 부회장?!?!”
“가방도둑을 쫒다가 여기까지 왔는데 펑!하는 소리에 놀라서 그만 놓쳐버렸어요… 혹시 제 가방을 들고 달아나던 사람 못 봤어요?”
“몰라 그런건! 적어도 내가 들어온 입구에서는 못 봤다고! 그 전에 하교시간에 가방을 들고 나가는 애들이 한둘이야?!?!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넌 그럼 괜찮은거야?”
“네? 괜찮다니 그건 무슨…?”
“그럼 넌 폭발에서 빠져나온거지!?! 그럼 다른 애들은 어떻게 된거야?!!”
“포, 폭발이라니 그럼 설마…!!!!”
“제기랄! 일단 빨리 가보자!!! 서둘러!”


선우와 월린은 서둘러서 학생회실까지 달려갔다. 역시나 학생회실은 근방의 벽마저 금이 가고 복도에 크고 작은 콘크리트 조각들이 터져나왔을 정도로 심하게 손상되었다. 내부에는 이미 걷잡을 수 없는 화마가 치솟고 있었다. 안에 누가 있는지따위는 불길과 겉잡을 수 없이 치솟는 연기땜에 알 수가 없다.


“으아아아아악 제길!!! 설마 너 빼고 나머지는 다 저 안에서 폭사한거야?!!?”
“그, 그게… 회장님은 약 5분인가 10분전에 밖에 누구를 좀 만나러 가셨고, 그 후에 새한이와 유현선배 둘이서 화장실에 간다며 나갔고…”
“……뭐!!!! 잠깐 그럼 폭발할때는 안에 누가 있었던거야? 나린이는?”
“그게… 그 후에 저하고 나린선배하고 둘이서 있었는데 갑자기 학생회실에 어떤 안경을 낀 남학생이 들어와서… 잠깐 볼일이 있다고 하더니 갑자기 제 가방을 의자에서 낚아채서는 그대로 도주해버려서…”
“뭐? 안경잡이가 가방을? 그건 또 뭔 병신같은 전개야? 대체 뭐때문에!?!”
“저도 모르겠어요! 아무튼 그래서 허겁지겁 뒤도 안 돌아보고 쫒았는데 놓쳐서는… 게다가 새한이와 유현선배가 화장실에서 돌아왔는지도 알 수가 없고… 흑…”
“그때 나린이는 같이 나간게 아니었어?!?!”
“모르겠어요… 너무 당황해서 쫒아가느라 나린선배가 옆에 있었는지조차…”
…어이 야… 그럼 하월린 네 말에 따르면 안에 있는 건… 미, 믿고 싶지 않아!!!!
“젠장!!! 뭐가 어떻게 된거야?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한 곳이었는데 한순간에 사라지는거냐고!!!”

“어이! 너희들, 선우학생과 월린학생이지?!?! 위험하니까 거기서 비켜!!”
오열을 하던 선우는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를 듣고 뒤를 돌아봤다. 복도 저쪽에서 교사들 중 가장 연장자에 속하는 선생님들-영어선생님, 도덕선생님, 수학선생님-이 각자 소화기를 들고 뛰어오고 있었다.
“서, 선생님!!”
“위험하니까 여기서 당장 피해! 경찰과 구급차를 불렀으니까 그때까지는 일단 소화기로 화마부터 잡아야하니까!!” 범한이 놀란 두사람에게 소리쳤다. 그 사이에 나머지 두 선생님들은 불길을 향해 소화기를 사용하고계셨다.
“너희들은 다친 데 없냐?!?! 안에 다른 사람들은 있었어?!?!” 불길을 잡으면서 외치는 하련솔.
“저희는 괜찮은데 안에… 안에… 흑…”


퍼-엉!!!!


“뭐야? 방금 전의 그 폭발소리는?!!?”
“하선생님!! 설마 교내의 다른 곳에도 폭탄이 있었던건…!”
“말도 안되는 소리! 그럼 설마 또 누가 다치거나 주…”
“채선생님!! 당장 교무실로 달려가서 선생님 몇분을 찾아서 이 소리의 원인을 찾아주세요!  행정실의 백선생님이나 상담실의 유선생님은 아직도 남아계실겁니다. 소화기도 당연히 들고가고요! 윽 어째서 구급차는 아직도 안 오는거지?!?!”


노란색 장미 하나가 시들어셔 져버렸다. 그리고 옆에 있던 붉은 장미들도 꽃잎을 흩날리며 시들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지금 E.A에는 붉은 꽃잎들이 흩날리고 있었다. 새빩같게 새빨같게~



***



그 날은 분명 이전과 다름 없는 일상의 연속이었다. 아니, 그 전날에 체육선생님이 체육관 폭발로 인해 돌아가신 점만 빼면말이다. 아무튼 그런 슬픔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분명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했었고 내일도 그렇게 변함없이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분명 그랬는데 어째서…


그 날 오후, 전날의 폭발땜에 흐지부지 끝난 수업이지만 부활동은 일단 해야했기에 독고사의는 심리학부 컨테이너로 부원들을 불렀다. 그리고 컨테이너로 곧 사촌이자 옆반에 있는 혜의, 부부장인 현우, 2학년의 희륜, 막내 후츠가 모였다. 어라, 근데 왜 총 인원이 6명이지?

“미안합니다, 제가 좀 놀래킨 모양이죠?”
“어이 인, 너 니 부서는 어쩌고 여기에 왔냐? 그리고 보통 놀러올때는 점심시간에 놀러왔잖아?”
“학교 분위기도 뒤숭숭하고 그래서 기분전환으로 온 거에요. 심리학 책이라도 읽으면 마음에 진정이라도 올거 같아서… 부서는 린이 알아서 하겠죠, 지금쯤 폭발에 대해서 정보를 캔다고 학교를 싸돌아다닐테니…”

폭발은 확실히 충격적이었지만 어떤 일에도 눈썹 하나 까딱을 안 하는 이 녀석이 진정이 안 된다고 할 정도면 대체 얼마나 사태가 심각한걸까? 그렇게 생각하는 사의는 뭔가 불쾌했지만 그냥 인을 놔두기로 했다. 뒤숭숭한건 사실 여기있는 모두, 아니 전교생과 선생님들의 공통된 마음일테니… 아무튼 그렇게 부활동시간에 모인 6명은 평소와 다름없는 부활 시간-대개 심리학 책을 읽으면서 의견을 나누거나 장난치면서 노는거라지만-을 보내고 있었다. 게다가 오늘은 인이 직접 구워온 쿠키까지 곁들여져서 더욱 즐겁고 달콤한 시간이었다. 달달한 아몬드쿠키를 코코아와 같이 먹으면서 책을 읽는 사의는 그 때에 나름 마음에 진정을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첫번째 폭발음이 들리기 약 몇분전에 사건은 터지고말았다.


“그럼 벌칙으로 매점에 가서 빵 6개 사와라 후츠야~”
“윽 사의선배 두고봐요! 다음판에 확실하게 이겨서 선배에게 훈도시를 입힐거니까!!”

한참 신나게 원카드를 하고 있었던 4명-현우와 인은 아직도 독서삼매경이다-은 1등이 꼴찌에게 벌칙을 내린다는 규칙을 정해서, 이번판은 1등인 사의가 꼴찌를 한 후츠에게 빵셔틀을 시켰다. 아무튼 악을 쓰면서 후츠가 매점으로 간지 얼마 안 되었을 때…

“후어업!! 쿠, 쿨럭쿨럭!!”
갑자기 희륜이 몸을 부르르 떨면서 기침을 쿨럭쿨럭하기 시작하더니 곧 손에 쥔 카드뭉치도 다 떨어뜨리고 땅바닥으로 쓰러져서는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했다.
“어! 야! 희륜아 너 괜찮아!!”
“설마 뭐 잘못 먹은 건 아니ㄱ… 읍 나, 나도 갑자기 몸이…!”
급기야 혜의마저 희륜과 같은 증상을 보이면서 쓰러져버렸다.

“헤의선배! 강희륜! 도대체 무슨 일이…!”
“나도 잘 모르겠어! 일단 양호실로 두사람을 옮기자! 현우야, 나 좀 도와줘!”
“…이거 이상하지 않나요 선배?”
“당연히 이상한데 그게 문제가 아니니까 나 좀 도와달라니까 조현우?!?!”
“냉철하게 생각해봤을때 아무리 사람이 이상한 걸 먹어도 저렇게까지는 안 되잖아요. 그럼 남는 결론은 독극물이라는 건데 집에서 먹는 아침밥이나 도시락, 급식, 과자 등에서 독극물을 먹을리는 없어요. 그렇다면 남는 건 역시...”
“아니 물론 이 상황자체가 수상하긴 하지만 지금은 추리할 시간이 아니라니까?!?! 정말로 독극물이면 희륜과 혜의를 빨리 양호실에 보내고 구급차를 불러야지 안 그러면…!”
“구급차를 부르는 것도 좋지만 지금 단판을 내지 않으면 범인은 오리무중이 되어버린다고요! 아무튼 저것들 외에 우리가 먹은거라고는 부실에 있던 쿠키밖에 없어요. 코코아도 마시긴했지만 스틱에 들어있던 거에 뭔가를 넣을 수 있을리는 만무하고, 그럼 수상한 건 그 쿠키밖에 없는데… 수제쿠키니까 진작에 독을 넣어서 만든거라던가?”
“야 조현유, 너 설마 지금 나를 의심하는거냐?!?!” 희륜을 들쳐매려던 인이 발끈해버렸다.
“솔직히 말해서 이런 상황에서 수제쿠키는 의심대상 1위라고! 그리고 우리가 가장 마지막에 먹었던 것도 네가 구운 쿠키잖아! 그리고 보통은 이 시간에 안 오면서 왜 갑자기 오후에 방문한거야?! 사실은 우리 모두를 독살시키려는 음모가 있었던거 아냐?!?!”
“조현유 너 미쳤냐?!?! 내가 대체 뭤때문에 그래야하는데? 그냥 오후에 오고싶어서 왔을뿐이고 간식으로 먹을려고 쿠키를 구운 것 뿐인데 그게 그렇게 죄냐?!?!”
“야 조현우! 아무리 쿠키가 의심이 간다지만 방금 전에는 말이 심했잖아! 일단 학생인 우리가 독극물같은 걸 구할리고 없고 그걸 다른 사람에게 먹일 이유도 없다고!”
“그럼 이건 대체 누가 저지른건데요, 사의선배? 이 콘테이너에는 우리밖에 없는데 그럼 다른 사람이 들어와서 독을 먹였다는건가요?”
“아니 애초에 쿠키를 먹고 이랬다는 보장도 없다고 이 자식아!!!!! 네가 도히려 약을 먹고 머리가 돈 거 아냐!?!? 난 절대로 그런 짓을 안 했다고!!! 난 아냐! 난 아니라고!!!”
“닥쳐 범인!!!!”


순간 현유가 옆에 있던 의자를 두손으로 집더니 부-웅~하는 소리와 함깨 인의 흉부를 가격했다. 가슴을 의자로 맞고 비틀거리는 인에게 곧바로 백샷을 먹이는 현유. 두번쨰 공격으로 인이 완전히 쓰러졌는데 현유는 쓰러진 그녀에게 또 체어샷을 먹이려고 하자 사의가 현유의 두 손을 잡고 간곡히 말렸다.


“선배 이거놔요!!! 저 범인자식을 완전히 죽이지않으면…!”
“그만해 조현유!! 인이 범인일리도 없고 그 전에 희륜이와 혜의를 양호실로 옮겨야한다니까!!!”
“윽, 그러고보니 그렇지… 제기랄 좀 더 두들겨 패야하는데…”
겨우 현유를 설득시킨 사의는 곧바로 혜의를 업고서 양호실을 향해 뛰어갔곸 현유도 희륜을 업고는 그 뒤를 따랐다. 인은 의자로 너무 세게 맞은 탓이지 움직이지도 않았다. 왠지 인도 양호실에 날라야 할 것 같았던 사의였지만 일단 나머지 두사람이 더 급했고 혼자서 두사람을 나를 수는 없었고, 또 아직도 현유가 씩씩거리는 바람에 나중에 옮겨야겠다고 생각하고는 그녀를 혼자 컨테이너에 두고 나왔다.



아무튼 두사람은 무사히 양호실까지 도착했고 정신을 못 차리는 희륜과 혜의를 침대에 눞혔다. 양호선생님인 서윤은 실려온 두사람을 보더니 독을 주입당한 걸 바로 아시고는 즉시 수화기를 들고 119에 전화를 걸었다. 다행이도 증세가 심각한 건 아니고 바로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으면 된다는 서윤의 말에 사의는 안심을 했다.

“근데 독극물이라니 어제의 폭발도 그렇고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거람… 근데 너는 무사한거니?”
“네? 그러고보니 저는 딱히 배가 아픈것도 아니고 아무렇지도 않은데요…?”
“음 이상하네? 정말로 쿠키에 독이 든거라면 쿠키를 먹은 6명 모두가 아팠어야하는데…”
그러고보니 그렇네? 현유의 말대로 정말로 독이 쿠키에 있었던거라면 모두가 쿠키를 한입씩은 먹었으니까 6명 모두가 쓰러졌어야 말이 되는데 어떻게된거지? 사의의 사고는 점점 더 미궁에 빠졌다.
“역시 쿠키에 독이 있는게 아니었을거야, 그러면 나나 너나 지금쯤 땅바닥에서 뒹굴었어야 하는데, 안그래? 어, 어라? 얘가 어디갔어?”
“뭐야, 갑자기 무슨 일이야?”
“양호쌤, 같이 왔던 현우 못 봤어요?”
“어어 그 애? 걔는 양호실에 애들 눕히고나서 화장실에 간다고 하면서 나갔는데?”
“네?! 그 녀석, 설마 화장실을 핑계로 다시 컨테이너 박스로 돌아가서 인을 패는 건 아니겠...”


퍼-엉!!!!


뭐, 이건 무슨 소리야? 설마 어제처럼 또 폭발사고가?!?!

놀란 사의는 양호실에서 나가 폭발이 난 곳이 어딘지 보기위해 돌아다녔고 곧 학생회실이 있는 복도에서 불길을 잡기위해 소화기를 들고 씨름하는 선생님과 패닉상태에 빠져서 뛰어나니는 학생들을 발견했다. 설마 어제의 폭발이 연쇄사건일줄이야…라고 중얼거리는 사의는 문득 매점에 가서 아직도 안 오는 후츠가 걱정되었다. 그래서 폭발현장을 떠나 매점으로 달려가던 그는 오히려 게단에서 내려오는 기령과 부딫일뻔했다. 기령의 등에는 후츠가 업혀있었다.

“후츠야 괜찮아?!?! 이기령이랬나? 후츠가 어떻게 된거야?”
“그게… 교실에 물건을 두고 와서 다시 가져갈려고 들어갔는데 후츠가 땅바닥에 쓰러져있어서…”
“윽, 역시 후츠도 독을 먹고 쓰러진건가? 아무튼 당장 양호실에 가자!”
“서, 선배! 후츠도…라니 무슨 일이 있어요? 그리고 아까 또 폭발소리가 났던데…”
“으악 나도 모르겠어!! 이틀 연속으로 폭탄테러에 이번에는 독극물까지!! 이 어이없는 상황은 대체 뭐야?!?!”


펑!!!!!!!!!


응? 뭐였지? 펑? 아니 잠깐 아까 터진지 몇분밖에 안 되었는데 또 터진거야?
“야 기령아, 일단 양호실에 가서 후츠를 내려놓아! 난 밖에 나가서 어디가 터졌는지 보고 올게!”
뒤에서 기령이 뭐라고 한 것 같았지만 그것에는 신경쓰지 않고 사의는 교내 밖으로 나가서 학교 건물들을 확인하다가 연기가 치솟는 곳을 찾았다. 그러나 그 곳을 찾았을때 그는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것 같았다…


왜냐하면 그 곳은 바로 심리학부 컨테이너였기때문에…



***



“야 학생회장, 빨리 일어나.”
“응… 뭐가 어떻게 된거지…? 분명 난 수위가 앉으라고 해서 의자에 앉았었는데 그 다음이 기억 안 나네?”
정신을 차린 희나는 자신의 어깨를 붙잡고 있는 사람을 쳐다봤다. 그러나 누군지 기억이 안 난다, 아니면 오늘 처음보는 학생인건가? 안경이 얼마나 두꺼운지 눈동자조차 보이지가 않아서 더욱더 누군지 짐작이 안간다.

“이 이상 꾸물거릴 수도 없으니까 난 가겠어. 그래도 가기전에 조언은 해야할것 같아.”
“조언이라니? 그것보다 넌 누구고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그건 당장 문밖에 나가면 알게될거니까 넘어가고… 아무튼 첫번째로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야. 진실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을지도? 그리고 두번째로 적은 훈노지에 있어. 우리를 위협하는 건 사실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일지도 몰라. 그럼 난 이만…”
“야 잠깐!! 대체 그게 무슨 소리야?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이라니 넌 대체…”
“아 이걸 잊을뻔했네. 이걸 받아.”

수위실 문을 나서려는 그 사람이 희나에게 뭔가를 던졌고 희나는 그것을 공중에서 받았다. 손에 잡힌 것은 작은 철제열쇠로 조그만한 자물쇠를 여는 용도인 것 같다.

“이, 이건?”
“열쇠야. 저번에 어느 교실을 뚫고 들어온 그거, 사실은 자물쇠거든? 이 열쇠로 그걸 열면 안에 ‘그것’이 들어있겠지.”
“잠깐만, 자물쇠라고?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너… 설마 저쪽의 사람인거야?”
“내가 이쪽인지 저쪽인지는 딱히 상관없잖아? 다만 네가 너의 적은 아니라는 건 보증하지. 그럼~”
“야 거기서!! 이름이라도 알려주고 가란말야!!”

문을 나서려는 그 사람을 희나는 있는 힘껏 달려가서 팔을 붙잡았다. 붙잡힌 팔을 빼려고 안간힘을 쓰는 그를 희나는 필사적으로 잡아당겼고 결국 두사람이 밀고 당기는 반동에 의해 그 사람의 팔이 희나의 손에서 쏙 빠져버리자 둘 다 넘어져버렸다. 신음소리를 내면서 제자리에서 일어선 희나는 보지말아야 할, 그자의 정체를 보고야말았다.


“너, 너… 너는?!?! 대체 네가 왜…?”
“쉿! 이렇게 들키다니 어쩔 수 없군… 그닥 쓰고 싶지는 않았는데…” 땅바닥에 굴러떨어진 안경을 다시 쓰면서 그 사람이 대답했다.
“미안하지만 내 얼굴만 기억하지 못하도록 최면을 걸어야겠어. 뭐 내 정체를 알아야 할 것 같은 때가 오면 ‘녀석’에게 키워드로 풀게할테니까 너무 걱정은 말라고.”
“야 너 대체 뭘 하려는 거야 응?!?!”
“내가 하나둘셋을 세면 넌 내 얼굴을 잊는거다. 하나~ 둘~ 셋!”

그 자의 외침과 동시에 희나는 다시 동공이 풀리면서 땅바닥에 쓰러졌다. 그런 그녀를 의자에 앉히고 그 자는 수위실 책상에 있는 팬과 포스트잇을 집어들더니 뭐라고 끄적이고는 희나의 자켓주머니에 포스트잇을 쑤셔넣고는 수위실 밖으로 나왔다. 저 멀리서 경찰차가 아른거렸고 사이렌 소리가 희미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그 자는 뒤를 돌아 교내 건물을 힐끗 보고는 유유히 교문을 빠져나갔다. 잠시 후, 구급차와 경찰차들이 교문을 통과했을때 그 자의 흔적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




그 날 저녁, 구급차와 경찰차들이 와서 화제와 부상자들, 그리고 사망자들을 수습한 후에도 E.A 내부는 경찰의 조사와 취조때문에 소란스러웠다. 그 상황에서도 나름 여유로워 보이는 표정으로 커피를 마시는 이사장-빵봉투로 가려진 그의 표정을 과연 누가 알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네, 에노지나 아카데미입니다.”
“이사장님인가요? 이 이름으로는 처음 뵙는거군요, 엘렉트라입니다.”
“엘렉트라…인가요? 근데 Electra(주3)인가요, 아니면 Elektra(주4)인가요?”
“어느 쪽이든 상관은 없지만 후자는 싫어요. 왜냐면 그녀는 적색의 여전사니까…
“음 그런가요. 그래서 용건은? 그 전에 당신은 어느 쪽인가요?”
“전 그저 그 사람의 명을 받고 이 학교를 감시하는 역. 그리고 엘렉트라는 아버지인 아가멤논을 존경했고 그래서 그를 죽인 어머니를 미워했어요. 그러니까 저 ‘엘렉트라’는 아버지인 제우스를 존경하고 그를 위협하는 어머니 헤라에게 대항하는 자. 밖에서 이뤄지는 복수를 위해 안에서 어머니를 감시하는 자.”
“음 그런거군요, 알겠습니다. 근데 그러면 오레스티스는 지금 어디에 있나요?”
“그 사람은 오레스티스라는 이름을 쓰지 않아요, 그러나 그럼 어떤 역을 맡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물론 ‘밖’에 있지만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으음… 그러면 서로간에 연락이 잘 안될텐데… 밖이라니 그렇고 그런건가요…”
“아무튼 저와 그 사람은 헤라에 대항을 하는 세력, 고로 헤라에 대항하는 당신과 그녀의 편이라고 할 수 있죠. 문제는 그 사람의 방식은 좀 과격한 것 같아서…”
“이른바 강경파와 온건파라는건가요?”
“극적인 강경파까지는 아니지만 역습을 꾀하는 자니까요. 어쩌면 당신의 의도와는 조금 다른 방법을 쓸지도…”
“그런거군요. 알겠습니다. 그래도 일단은 저쪽 세력에 대항하는 자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수확인겁니다.”
“그럼 전 이만 끊겠습니다. 당신과 너무 오래 접속하는 건 저쪽에서 들킬 위험도도 크니까요. 그리고 그 사람의 전언입니다. ‘나는 헤라에 대항하지만 정확히는 데메테르의 편이라기 보다는 그 두 세력의 대결을 미궁위에서 올려다보면서 헤라에게 역습을 하는 자이다’라고 당신에게 전해주면 당신은 그 뜻을 알거라고 했습니다.”
“아아 납득했습니다. 그럼 오늘은 안녕히~”
“그럼 미행을 피해서 나중에 연락을 취하겠습니다.”


뚜-뚜… 전화를 끊고 이사장은 커피를 다시 마시면서 생각에 빠졌다. 미궁위에서 올려다본다…라, 미궁이라함은 미노타우르스를 가두기 위해 만들어진 라비린스(미궁)을 뜻하는거겠고 그 위를 올려다 본다는 건 미노타우르스가 죽은 후에 미궁에 갇혔다가 날아서 탈출한 다이달로스를 얘기하는거겠지.


“그런가요, 다이달로스…라는건가요. 이거 은근히 공격적인 성향의 역이군요.” 이사장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




차가운 밤공기 아래는 작은 개천의 물소리만이 잔잔히 퍼졌다. 흘러가는 개천을 보면서 아레스는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분명 전날까지만 해도 학생회실에 폭탄을 터트리겠다고 했던 헤라는 약속시간 바로 직전에 갑자기 두번째 스위치를 건데주었다. 그건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일이라서 두번째 폭탄이 폭발할때 그 폭탄의 존재는 헤라와 그 임무를 전해 준 이리스, 그리고 자신만이 알았던것으로 나머지 멤버들에게는 일체 통보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 사실 스위치를 누른 아레스 자신도 누르고 나서야 그것이 심리학부에 설치된 건 줄 알았을 정도니 말 다 했다. 어째서 그렇게 급조로 그 곳을 폭발시켰다고 묻자 헤라의 대답이 더 가관이었다.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문득 적발된 배신자를 급히 처단해야했거든요.”


배신자? 헤라의 휘하에서 처음부터 그녀를 따랐던 그는 배신자가 생겼다는 소리를 처음 들어봤다. 물론 헤라의 밑에 그처럼 충성스러운 녀석들만 있지는 않겠지만 막상 배신자 처분이라는 이름의 심판을 가하니 좀 당황스러웠다. 이건 역시 그가 아직도 정따위에 무르다는 증거일지도… 그나저나, 그 배신자로 거론된 자가 하필이면 헤파이스토스라는게 그에게는 더 충격이었다. 초기에 같이 몸을 담은 이후로, 비록 얼굴조차 몰랐지만 그래도 일단 신화에서 아레스와 헤파이스토스는 형제였기에 그도 헤파이스토스를 조금은 더 특별한 존재로 생각했었다. 헤파이스토스가 헤라를 위해서 기발한 계획을 세우면 그는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역활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이제는 끝인가… 그가 이 곳에 있는 이유, 그건 몇시간전에 폭사한줄 알았던 헤파이스토스가 당당히 문자를 보내서 여기서 만나자고 했기 떄문이다. 분명 심리학부 컨테이너에서 시체가 하나 발견되었는데 어떻게 살아있을수가 있는건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정말로 살아있다면 이번에야말로 헤라를 위해서 눈물을 머금고 처단해야한다. 그런 마음으로 그를 기다리는 아레스의 머릿속에서는 자꾸 신화의 한 일화가 떠오르고 있었다. 헤라가 헤파이스토스를 막 낳았을때 그 외모가 추한 걸 보고 헤라가 그를 땅으로 집어던져서 그가 불구가 됬다는 이야기가 왜 하필이면 지금 생각나는걸까?


저벅저벅
멀리서 발소리가 들리더니 곧 한 인영이 나타났다.


“…너냐 헤파이스토스?”
“…”
상대방은 아무 대꾸가 없었다. 너무 늦은 시각인지라 어두움에 묻혀서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체격을 보면 본인이 확실한 것 같다고 아레스는 생각했다.
“어째서, 어째서야!! 헤라를 위해 끝까지 충성하자고 맹세했는데 왜!!!”
“…”
“헤라가 그러더군. 네가 도청기를 설치했다고말야. 학생회실과 수위실, 그 외의 몇군데에 설치해서 엳듣다니 대체 무슨 꿍꿍이였던거야?”
“…”
“이봐 뭐라고 말 좀 해봐!! 결백한거라면 최소한 말 한마디라도 해보라고!!”
“…”
“야, 거짓말이지? 아니면 신화에서처럼 헤라가 널 던진거냐? 응? 부탁이니까 변명이라도 해보란말야 응?”
“…”
“말해!! 말하라고!! 끝까지 말하지 않겠다면 어쩔 수 없지만 널 처분하겠어!!”


거기까지 말한 후 아레스는 주머니에서 단도 하나를 꺼내들었다. 자신이 지금 이 순간, 날붙이로 사람을 찌른다니… 그것도 다른 누구도 아니고 배신자로 낙인찍힌 옛 동지를 말이다… 스위치를 한 번 눌러서 벌써 몇사람을 죽였지만 직접 이 손으로 죽이는 건 그럼 이번이 처음이 되는건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가 단도를 높이 치켜들었을때 이제까지 침묵을 지켰던 헤파이스토스의 입에서 드디어 말이 나왔다.


“헤라는 누구도 사랑하지 않고 그저 그를 질투할 뿐이야, 알고 있잖아?”
“무, 뭐?”


갑작스럽게 그의 입에서 나온 생각보다 높은 톤의 허스키한 목소리에 아레스는 놀라서 그만 그 자세 그대로 굳어버렸다. 그리고 그런 아레스를 향해 그는 주머니에서 스프레이를 꺼내들더니 아레스의 눈에 칙-하고 뿌려버렸다. 으아아아아아악!하고 아레스는 울부짖으면서 눈을 비볐고 그 사이에 헤파이스토스는 개천으로 뛰어들었다. 첨벙!하는 소리가 들리자 아레스도 본능적으로 냇물을 향해 걸어갔고 개천의 물로 최대한 빨리 세수를 했다. 물론 그가 겨우 눈을 뜰 수 있었을때 그는 코빼기도 안 보였지만…





“아레스, 그래서 헤파이스토스는 죽였나요?”
“네? 아 네. 강물에 밀어서 익사시켰습니다.”
얼마 후, 아레스는 헤라에게 걸려 온 전화를 받고 있었다. 사실 그가 죽었는지 확신은 안 섰지만 어쨌든 그가 냇물로 뛰어든 건 사실이니…
“익사했다는 확증은 있나요? 물에 떠내려갔으면 시체도 못 찾을텐데…”
“일단 녀석은 머리는 좋아도 운동은 잼병이라고요. 그리고 방금 전에 녀석의 윗옷도리를 물에서 건져냈으니 곧 증거품으로 갖다드리겠습니다.”
한손으로 전화를 받으면서 한손으로는 방금 전에 건져낸 젖은 교복자켓을 만지면서 아레스가 대답했다. 그나저나 이 자켓 안에 핸드폰 하나가 있는데 본인의 것일까?
“알았습니다. 그럼 빨리 돌아와주세요. 아 그리고 한가지 더 보고드릴게 있습니다. 긴급상황입니다.”
“긴급상황? 무슨 일이 있었나요?”
“테러 이후에 두번쨰 폭발에 대한 설명을 하려고 이리스가 모두에게 연락을 취했는데…”
“아아 혹시 하데스가 연락이 안 되었다는 얘기 말씀이십니까? 그는 지금 병원에 있을텐데말이죠, 제 추측이 맞다면 하데스는 분명 ‘그’일테니…”
“아뇨, 다른 얘기입니다. 하데스는 그렇다쳐도 탈로스와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뭐라고요!”
뭐야 이건… 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거지?



***




늦은 밤, 하현식은 병원에서 오후에 불을 끄다가 다친 경미한 상처를 치료받고 나왔다. 지금 응급실에는 오후에 왠 독극물 섭취로 인해 병원레 실려온 애들과 폭발장소 근방에 있어서 부상을 당한 학생들, 그리고 이번에 사망한 학생들에 대한 소식으로 충격을 받아 응급실로 실려온 학생들로 가득했다. 체육담당인 한선생님 돌아가신지도 얼마 안 되었는데 또 이런 일이 일어나서 모두가 충격에 빠졌다. 전직 군인이 현식도 자신이 발령받은 학교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서 마음이 너무나도 아팠다. 학생들의 증언에 의하면 학생회실 폭발로 인해 총무인 나린 학생이 사망, 그리고 두번째로 심리학부 컨테이너가 폭발해서 그 안에서 또 한명이 사망했는데 그게 2학년 3반의 원인일거라고 추측되었다. 그러나 폭사한 시체는 형체를 알아볼 수가 없어서 감식반에서 부검결과를 알려줘야 그 신원이 정학하게 파악될것이다. 그리고 또 한명, 원인과 같은 반인 조현유가 첫번쨰 폭발 직전에 돌연 실종되었다고 한다. 폭사도 모잘라서 실종까지 일어나다니… 안 그래도 학생 몇명이 요근래 실종되었다는 소문이 있는데 또 실종인가… 그나마 다행스러운건 학생회실이 불탔을때 없어진 줄 알고 사람 놀라게 만들었던 새한학생과 유현학생이 그 후 몇분후에 멀쩡하게 화장실에서 돌아온 걸지도 모르겠다. 학교가 왜 테러리스트들의 표적이 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대로 사건이 계속 일어나는 건 막아야 할텐데 휴교라도 건의해볼까 고민중인 현식을 누군가가 불렀다.


“선생님…”
“응? 예은이구나?”


오랜 친구의 딸인 예은이가 그를 불렀다. 발령받고 보니 이 학교에 다니길레 수업시간이 아닌 다른 때에는 조금씩 그녀를 챙겨주던 그였기에 이렇게 밖에서 만나도 줄곧 챙겨주었다. 사건에 휘말리지 않은 그녀가 왜 지금 여기에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항상 무표정한 그녀가 지금은 더 우울해보여서 현식은 그녀의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폭발에는 안 휘말린거지? 다행이구나.”
“…그렇지만 인선배가 죽었어요…”
“그러냐… 그랬구나, 원인학생하고 친했었구나 몰랐어…”
“린… 정신을 차리지도 못하고 울고 있었어요…”
“린이라면… 1학년 1반의 최린학생?”
“네, 인선배 부서의 부부장이라서 선배하고 아주 친해요.”
“분명 아주 슬프겠지… 선생님도 아데(주5)가 세상을 떠났을때는 엄청 울었었으니까…”
“계속 울어서 다독여줘도 그치지 않아서… 지금은 전화를 붙잡고 CIA를 요청하고 있던데...”
“CIA? 그 애가 CIA를 부른다고?”
“전화내용을 들어보니까 아버지가 CIA를 부를 수 있는 것 같았어요…”
“으음… 폭탄테러에 CIA를 부른다라… 왠지 정말로 와버릴 것 같은 느낌인데 이게 과연 좋은 일일까…”
“CIA로 해결이 되기만한다면 상관없어요…”
“그렇긴하지. 지금은 한명의 인명피해를 줄이는게 더 급선무니까…”



“근데 선생님, 살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벤치에 앉아서 쉬던 중 에은이 다시 말을 걸었다.
“응? 그건 갑자기 왜…”
“사건을 일으키는 자들은 왜 학교를 없에고 싶어하는걸까요?”
“그건 나로써도 알 수가 없어. 그러나 그들이 뭔가를 위해 살인과 범죄까지 저지르면서도 그들의 목적을 위해 노력하는 건 확실하지. 살인은 어느 동물세계에서나 생존을 위해 저지르는 본능으로 치부되었고, 인간도 살인은 안 해도 자신의 성공을 위해 남을 밝고 올라서니까말야.”
“그런걸까요… 그래도 생명 하나하나는 소중하니까 전 살인은 싫어요. 그리고 피가 튀니까…”
“그래, 생명 하나하나는 유일무이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잇어서 소중한 존재니까 그걸 인간의 의지대로 없에는 건 안되지. 그게 인간의 모순이기도 하지만말야. 자신의 소중한 걸 위해서 타인의 소중한 걸 빼앗아가는 모순말야. 군인들은 항상 그 모순을 안고 싸우는 존재니까말야…”
“군인은 힘든 존재네요…”
“그래, 참 힘든 존재지. 그러나 선생이 된 지금도 가족, 그러니까 루시아를 위해서 나름대로 싸우는 점은 다르지 않지만.”
“살생은 나쁜거니까…라고 그 아이가 그랬어요.”
“응? 뭐라고?”
“살생은 나빠요. 소중한 사람의 목숨을 빼앗을 권리고 없고, 또 피가 튀니까…”
“저기 예은아,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거니?”
“피를 보면 그 날이 생각나서, 죽음이 아른거려서 구역질이 나요. 계속 보면 마음마저 미쳐버릴 것 같아서…”
“예은아, 괜찮은거니? 역시 폭발땜에 충격을 받은거구나…”
“그 아이는 나와 동류인걸거에요. 같은 상처를 가지고 있어…”
“저 예은아…”
“……”
“근데 그런 말은 대체 누구에게 들은거니? 살생은 나쁜거라니… 요즘 그런 말을 하는 애들도 있는건가…”
“인선배가 말해줬어요. 그 아이으 말을 직접 들었다고 그랬어요.”
“……?”




***




울고 울고 또 울었던 밤이 지나갔다. 정신을 차려보니 경찰자 사이렌으로 학교는 시끄러웠고 수위실 문 밖을 나서자마자 희나는 충격적인 사실과 직면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사람은-정말로 최면의 영향인지 대화를 나눈 건 기억나는데 얼굴이 기억나지않는다- 이런 일이 일어날 걸 미리 알고 말했던걸까? 그나저나 자켓주머니에는 마치 일부로 갈긴 것 같은 엄청난 졸필로 메모 하나가 써있었다.



지구가 수십억의 쓰레기로 뒤덮혀 있을지라도 단 하나의 소중한 무언가를 위해 나머지 쓰레기들도 사수하는 수 밖에...

이제는 두려움을 모르는 전사처럼 나아갈 수 밖에 없어.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그녀 D를 찾아라. By. 이니셜 D



...대체 무엇을 말하고 싶은걸까? 그녀는 누구지? 그리고 이니셜 D라니... 이건 앞서 편지를 보낸 D하고는 다른 사람이라는 걸까?

이제는 어떻해 해야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등잔 밑은 확실히 어두었던 모양이고 벌써 주변인물이 저 세상으로 가버렸다. 그러나 전쟁은 시작이라고 한다면 나는 후들거리는 몸을 추스리고 싸워야하는걸까?


그나저나 이 열쇠, 그것에 맞는다고 하면 단아를 맞춘 그 검은 것이 자물쇠라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희나는 그 후로 계속 보관하고 있었던 검은 물체를 꺼내들었다. 자세히 보니까 자그만 열쇠구멍이 있다. 음 이게 생각보다 강하지는 않은데 망치로 깨부셔도 될 것 같지만 일단 열쇠를 받았으니까 그걸로 여는게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그녀는 열쇠를 끼워서 자물쇠를 열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뻔한 중2병 전개, 복잡하기만 하지 뻔한 트랩, 뻔한 복선이네요. 으악 죄송합니다ㅠㅠ

시차 관계상 곧 등교를 해야하기에 이만 쓰고 쪽지는 한국시간으로 내일 보내드릴게요;ㅅ;

뭐랄까 워드 19페이지나 쓴 건 다음부터 줄여야겠네요. 왜 혼자서 폭주하고 스토리 앞당기고 이러는지(...)

다음은 은별님 차례이고 은별님이 쓰시면 한 턴이 끝나므로 다시 리별님의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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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原點回歸 바시

*.203.38.195

2010.03.10 22:5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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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판 뒤집기가 이런 뜻이었나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수위는 개그캐였군요...그리고 아웃사이더!

(뭐 내가 원한거지만)

카오스★최모토 Au-psyche

*.226.159.58

2010.03.11 21:5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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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런 뜻도 있고 저런 뜻도 있습니다^^;;;

그리고 수위는 당분간은 불참일듯ㄷㄷ 콜라샤워한 후에 감전되면 안 죽는게 다행이니ㄷㄷ

原點回歸 바시

*.203.38.195

2010.03.11 21:5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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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전해질 배워서 이해했다능. 그나저나 불쌍한 수위 정말로 '감금'만하고 리타이어라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原點回歸 바시

*.203.38.195

2010.03.10 22:52:56

profile

삭제


이 댓글은 1회 수정 되었습니다.
최초현재 2010.03.10 22:53:11 by 바시

듀라라라!! 유우★

*.237.139.75

2010.03.11 20:5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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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읽었습니다.

폭발이 한 화만에 몇번이 일어난건지..ㅋㅋㅋㅋㅋ

잘 보고 가요

카오스★최모토 Au-psyche

*.226.159.58

2010.03.11 21:5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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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확히는 학생회실 폭파 이후 한번만 터진 거지만 같은 시간대를 몇번이나 돌렸으니...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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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8  
소설/시/문학 [E.A./ep3] 첫째날 3교시 미술시험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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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