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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내 월세 방 근처 공원 의자에 앉아, 걱정거리가 있으면 꼭 말해달라는 녀석의 소원대로

얘기를 꺼내려 한다. 사실 알바 자리에서까지 닦달하지 않았다면 여기까지 올 리 없지.


"학점이 부족하다고?"


인제가 걱정스런 시선으로 말했다. 사실 그렇게 힘든 일도 아닌데.

정말 사람이 너무 좋아서 걱정이다. 피곤하기도 하고, 대충 둘러말해 둬야겠지.


"응. 아무래도 인턴을 뛰던지 해야겠어. 하지만 학점이 다가 아니라는 희망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알바 뛰면서 가능하겠냐?"

"응."


단호히 말한다는 게 결국 저렇게 버릇처럼 튀어나왔다.

그래도 녀석은 이게 마음에 드는 눈치다.


"대답은 참 시원해요…."


인제는 고개를 푹 숙이고 지그시 눈을 감고 있더니 이내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다.


"아아― 모르겠다! 밥이나 먹자. 내가 살게."

"응."


녀석은 대답이 마음에 드는지 입 꼬리가 올라간 표정이다.

평소에 나라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고, 녀석 역시 이게 마음에 들 거라고 믿고 말했으니까.

저 멍청한 친구가 내 걱정을 이이상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뿐인 가식이다.

 

하아. 머리가 복잡해서 그런가. 머리가 아프다.

밥이나 먹으면서 농이나 치면서 시간 좀 죽이고 집에 가 한 숨 자야겠다.

모처럼 시간이 나는 날이니.




-3년 후-

 


알바가 끝났다. 나는 걱정이 가득한 친구의 얼굴을 뒤로 거리로 나섰다.

벌써 달력은 넘어가고 넘어가 2월이 되었다. 그리고 눈이 내렸다.


요즘 세상엔 좀처럼 보기 힘든 하얀 눈. 그래서 여느 때와 달리 병원으로

가는 그 먼 길을 걸어서 가기로 했다. 족히 일곱 정거장은 사이에 뒀을

거리를 피곤에 절인 다리로 걷고자 한다.


도시가 하얗게 물든 경관을 조금이라도 더 즐기고 싶으니까.

 


그렇게 한 참을 걸어 병원에 도착했다. 안내 데스크를 거치지 않고

평소대로 곧장 엘리베이터에 올라타 3층을 눌렀다.

엘리베이터 안은 짙은 잿빛이다. 평소처럼 답답했다.

내리자마자 3층 오른쪽 복도 끝에 위치한 321호 앞으로

향했다. 그곳에 내가 이곳에 매일 같이 오는 이유가 있으니까.


'뚜- 뚜- 뚜-'


문을 열자 생명 연장 장치가 희미한 생명이 아직 꺼지지 않았음을 알려준다.

안심은커녕 되레 씁쓸함만 몰려왔다. 우중충한 분위기가 싫어 마침 풍경이

좋을 겨울의 거리를 보기 위해 커튼을 걷었다. 역시 창문 밖 풍경은 장관이었다.


“춥지 않으시죠?”


나는 이렇게 넌지시 물으며 침대 옆 작은 의자에 앉았다.


“춥지 않죠? 손이 이렇게 따듯한 걸요.”


나는 작고 부르튼 손을 꼭 잡았다. 매일 같이 이곳에 온다. 언제나. 그 때를 생각하기 위해.

그 당시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되뇌기 위해. 회상해야만 한다.

그 때, 나는 결행해야 했고, 하지 못 했고, 모든 것이 망가졌다. 그렇기 때문에 회상한다.

이렇게 괴로움을 느끼고 이 분과 함께 함으로서 나는 조금이나마 죄를 씻을 수 있으리라.


그렇죠?


“엄마.”


나는 오늘도 회상한다. 그 날들의 기억을.


―이 이야기는 서울 국립 신민대 사회복지과 03학번인 내가

  겪은 것이고, 노약자와 아이들, 돈과 함께 썩은 이들의 이야기다.

  그리고 언제나 이 손을 붙잡고 되새기는 나의 참회록이다.









여담 - 그냥 다른 거 쓰려고 했는데 뭔가 그냥 넘어가기 짜증나서 오기로 다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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